싸락눈 싸락눈/정종배 ㅡ청운암 청운암 오르는 길 싸락눈 내린다 덕운스님 또랑시인 철없는 차담에 싸그락싸그락 시멘트 포장된 길 위에 환하게 눈길을 덧씌워 등골에 땀이 배고 귀가하는 숲길이 향기롭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2019.01.21
갈등 갈등/정종배 입춘이 내일 모레 나무 한 그루 없는 기자촌 옛터에 칡 덩굴이 봄볕을 알아채고 허공에 날 붙잡아 줘 덩굴손을 내뻗어 배배꼰다 지주목으로 봄을 먼저 알아본 덩굴손보다 뒤처진 덩굴을 손잡아 주어야 하는데 초미세먼지 때문에 갈등이다 정종배 시 2019.01.21
모래알 모래알/정종배 바위로 둘러싸인 진관사 세심교 아래의 웅덩이에 비 내린 뒤 모래가 쌓인다 바위가 모래가 되기까지 비구니 목탁과 독경소리 바위를 두드린 기도소리 용서와 사랑의 한 소식인 모래알은 산새와 나무와 꽃들의 향기에 취하여 바위가 흥겹게 떼어낸 사리 한과 정종배 시 2019.01.21
멧돼지 비빔목 멧돼지 비빔목/정종배 북한산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멧돼지는 향수를 바른다 진흙탕 목욕 후 밑동이 튼실한 소나무를 비빔목 삼아서 털고르기와 진드기를 털어낸 뒤 이곳은 내 구역이다 솔향기 온몸에 칠하고 사랑 찾아 길 떠난다 주말인 오늘밤 비빔목들 버티다 쓰러지지 않을.. 정종배 시 2019.01.20
유기견 유기견/정종배 뒷다리가 불편한 몸으로 새끼를 낳고 기른 유기견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 한겨울 집짓는 공사가 중단이라 함바집인 음식점도 쉬지만 멧돼지가 내놓은 길을 따라 식당 뒤 공터에 오르니 파란 물통 뚜겅 안에 돼지고기 몇 점이 남아 있다 보름달 달빛이 유기견 오가는.. 정종배 시 2019.01.20
멧돼지 멧돼지/정종배 멧돼지가 숲길을 먼저 낸다 등산객은 숲 앞에 머뭇대다 멧돼지가 내놓은 길을 간다 소나무 숲 쌓인 솔잎 밑 뒤져 벌레들 죄 잡아먹고 참나무 숲 쌓인 낙엽 층층이 뒤집어 도토릴 찾아 헤친 멧돼지의 저돌적인 주둥이 힘 생존력은 좇고 싶다 멧돼지가 가는 길이 등산.. 정종배 시 2019.01.20
부석사 부석사/정종배 뜬돌과 선묘낭자 의상대사 고려시대 목수들의 대패질 소리가 배어든 무량수전 배흘림기둥보다 더 배흘린 집사람과 부석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었다 가파른 돌계단 오르며 무량수전 위엄에 기를 받기 위해 참고 또 참고 기다시피 오른다 사과꽃 한창 피며 저녁노을 .. 정종배 시 2019.01.20
나이테 나이테/정종배 바닷가 바위 틈에 곰솔들 비바람 폭풍우에 쓰러지지 않는다 해풍이 끊이지 않아서 떡눈이 내려쌓일 겨를 없어 돌개바람 눈보라에 한 가지도 부러지지 않는다 키가 커 높아질수록 나이테는 넓어져 균형을 잡아준다 내 나이테는 키는 줄고 배만 늘어 지난 주 재발한 .. 정종배 시 2019.01.20
강물 강물/정종배 강물은 한 방울 물방울에 비롯한다 한 방울 한 방울 합하여 흐른다 강물은 흘러야 바다에 이른다 사막의 단단한 씨앗도 물을 맛 봐야 꽃이 핀다 사람의 말씀도 실천으로 흘러가야 사랑의 꽃이 피고 달디 단 열매가 매달린다 정종배 시 2019.01.19
저녁노을 저녁노을/정종배 한겨울 찬바람 거셀수록 당신이 예쁘다는 소문은 익히 알고 있다 하루 내내 내 앞을 스쳐간 사랑은 그대 당신 단 한 번 뿐이지만 다른 것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또 다른 것을 사랑하고 속속들이 알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주변과 어울려 살아가며 .. 정종배 시 2019.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