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말산 자연인 이말산 자연인 복잡하고 빠른 세상에 천국과 지옥을 가르며 너무 많은 것들을 재며 왔다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장소와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시간과 함께 노닐 수 있는 친구를 절실하다 대충대충 시시하게 거닐며 먹고 자며 버리는데 쌓이고 넘쳐나니 때로는 여과없이 숫눈길의 순.. 정종배 이야기 2017.12.06
오늘 하루 오늘 하루 구파발역 종점 삼아 출발하는 전동차 가까스로 한 자리 비집고 앉아 가쁜 숨을 고르며 목도리와 검은 외투 단추를 풀다 집에서 밥 한 술 뜨고 걷다 뛰다 가슴 조이며 변함없는 거리를 좁힌다 슈퍼 문 달항아리와 이말산 나목과 나목 은평뉴타운 우물골 아파트 숲과 숲 .. 정종배 이야기 2017.12.05
풀꽃 풀꽃 보잘것없다 사랑의 문 밖에서 미혹의 졸음에 빠져서 제때 꽃잎 피우지 못한다 아우성치지말고 삶과 세상과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꽃향기로 맑고 고운 죄와 부족함을 인정하는 더 낮은 자세는 필요 없다 지금 있는 그대로 깨어 있어라 보잘것없는 꽃은 없다 한겨울 풀꽃은 .. 정종배 시 2017.12.04
나목이 나목에게 나목이 나목에게 ㅡ친구 아들 결혼식에 부쳐 우리 서로 한겨울 벌거벗고 사랑하지 않으면 이 숲이 무너진다 한 계절 벌거벗고 서 있는 너와 나 사이와 사이가 좋다 정말 좋다 이게 정말 좋은 사랑이다 찬바람 눈서리 내려앉고 다람쥐 겨울잠 곤히 자는 사이와 사이를 서로서로 양.. 정종배 이야기 2017.12.02
오늘 하루 오늘 하루 철따라 안부를 전하는 저들의 작은 발이 얼마나 이쁜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향기는 하늘로 소문은 온누리 끝까지 이미 흩어졌다 오늘 하루 풀꽃걸음 뒤쫓자 정종배 시 2017.12.01
롱 패딩 검은 기우 롱 패딩 검은 기우 검다 온통 검다 겉만 검으면 다행이다 내남없이 뼈속까지 검을까 다 같이 검은 똥 눌까 넘치는 자본주의 검은 꽃이 활짝 폈다 검은 말을 쏟아내 올 겨울 함박눈이 검게 휘날릴까 오는 봄 개나리 진달래 검은 옷 휘감고 나타날까 정종배 시 2017.11.29
동백꽃 내 고향 함평만 술안개 돌머리 함박눈 내리는 바닷가 한겨울 농한기 뼈맞추는 부녀자들 해수찜 열기를 흥얼흥얼 통째로 피고지는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헤일 수 없는 핏빛 붉은 동백꽃과 춘천시 금병산 산자락 실례마을 꽃샘바람 틈새로 점순이를 무너뜨려 피고지는 김유정 소설 .. 정종배 시 2017.11.29
또랑시인 나홀로 저녁밥 한 술 뜨고 시를 쓴다 가을 저녁 숲길을 걸었다 곰곰이 손구구하다 시는 나무 시인은 나뭇잎 가슴을 울렸다 눈 앞에 저 나무들 셀 수 있는가 나뭇가지 나뭇잎을 헤아리려다 아무리 꿈꾸는 게 시인의 특권이라지만 입을 다물 수밖에 그래도 이파리 한 잎 한 잎 과거.. 정종배 이야기 2017.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