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 늦더워/정종배 열대현상 급변했다 가을 장마 망충망을 뚫고 오는 빗소리 온몸이 시원해 홑이불을 애인인듯 뜨겁게 끌어안다 혼자 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밥 차리는 마눌님께 고백하니 주걱 세례 디지뻘했다 상사화 꽃향기 끝물이다 잎들이 솟아나려 아우성 소리가 푸르다 철부지.. 정종배 시 2018.09.02
국치일 국치일/정종배 나라의 치욕은 배를 채워 죄 입을 닫아 거는 일이다 남몰래 뒤로 먹고 입 닫아도 되지 않을 일인데 만천하에 자랑스레 처먹은 큰입을 닫아건다 민초들의 더럽지만 부러운 대상이다 자자손손 입이 커져 양심 곳간 출입문 자물통이 커다랗다 으시댄다 말끝마다 뻔뻔.. 정종배 시 2018.09.02
가을하늘 가을하늘/정종배 가 없는 푸른 하늘 구름은 리아시스식 섬들을 쉼없이 만들었다 지웠다 굴곡의 매력에 정들었다 구름은 바람에 얽매이지 않는다 마음이 꽉막혀 답답하면 하늘의 구름을 찾는다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정을 주고 살아보면 구름섬은 지겹지 않아서 하늘을 쳐다보.. 정종배 시 2018.09.02
달개비 부르기 달개비 부르기/정종배 달달 달개비 닭닭 닭개비 달님에는 달개비꽃 닭볏에는 닭의장풀 마디마디 죽절채 오오리발 압각초 푸른꽃잎 벽선화 푸른꽃잎 남화초 꽃피는 대나무 수반에 꽂아 벽죽초 발발 닭의발씻개 꼬꼬 닭의꼬꼬 순간의 줄거움 닭의밑씻개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는 데이 플.. 정종배 시 2018.09.02
똥강아지 똥강아지/정종배 ㅡ첫돌맞은 도윤에게 강강 강아지는 똥똥 똥강아지 달달 달님에는 달달 달항아리 울울 울타리는 울울 울타리콩 청청 청포도는 청청 청포도알 해해 햇님에는 해해 해바라기 내내 내강아지 똥똥 똥강아지 정종배 시 2018.09.02
노루오줌꽃 노루오줌꽃/정종배 노루오줌 향기로 유혹한다 벌나비 곤충들 빠져든다 사람들은 오줌을 흘린다 멀찍이 떨어져 앉는다 인생은 환승하려 혹하다 피고 지는 꽃이다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환승통로 지린내가 배어있다 IMF 노숙자 오줌꽃이 뿌리내렸다 환승객들 숨을 멈춰 잰걸음이다 정종배 시 2018.09.02
누리장나무 누리장나무/정종배 향로봉 골짜기를 꽉 채운 누린내 왠 산짐승인가 오늘밤은 잡겠다 조심스레 다가가도 꼬리도 볼 수 없다 꽃향기도 어느 꽃이나 눈에 확 들어오진 않는다 꽃이 모여 피어 있어 품에 안아 볼 수 있다 사랑의 열매를 맺으려 꼬시는 법들도 야릇하다 벌나비 날아들지 않지.. 정종배 시 2018.09.02
실밥을 뽑으며 실밥을 뽑으며/정종배 밥심으로 살아왔다 새 길은 늘 밥을 먹기 위한 강행군이었다 지름길은 엄두가 나지 않고 남은 길도 마찬가지 아닐까 팍팍하다 실밥으로 발등이 배부르다 좌우 균형이 맞지 않아 걷는 길이 불편했지만 지나온 나날과 세상이 기울어져 그런대로 견딜만 하였.. 정종배 시 2018.08.31
공제선 공제선/정종배 아침 저녁 하루에 두번은 가장 낮은 자세로 넘고 넘는 햇님이 공제선의 통과세인 노을로 하루의 희망과 노고를 응원하고 위로한다 오늘 하루 가장 낮은 몸맘으로 사람과 사람의 공제선인 가슴과 가슴에 노을로 스며들어 순간을 황홀한 무대로 물들이는 지금여기 사랑으로.. 정종배 시 2018.08.31
국행수륙재 국행수륙재/정종배 올 여름 기록이란 기록을 다 갈아치운 최악의 폭염에도 죽지 않고 끝내 버틴 바위틈새 제비꽃 두 녀석을 먼저보낸 일곱형제 대견해 산책길 뿌리는 살아 있어 달라고 삼배를 올렸다 진관사 국행수륙재 입재날 선남선녀 청정하게 대접하여 성불 길을 열기 위해 일주문 .. 정종배 시 2018.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