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용화 부용화/정종배 집사람 남대리 운전하다 자정 무렵 고양이 로드킬로 잠못 이뤄 뒤척이다 새벽길을 나섰다 최악의 폭염에 수방사 사격훈련 총소리에 아침 노을 배어들어 메아리가 드높다 소나무 숲 주고 받는 비둘기 사랑노래 소리가 사내 죽고 지집 죽고 사내 죽고 지집 죽고 한여.. 정종배 시 2018.07.26
단풍잎돼지풀 단풍잎돼지풀/정종배 은평뉴타운 한옥마을 주택지 집 짓지 않은 빈 터마다 수풀이 우거졌다 귀화식물 단풍잎돼지풀 큰 키가 비봉의 진흥왕순수비 공제선 눈높이에 걸렸다 도시 주변 빈 곳만 보이면 한여름 새파랗게 뒤덮으며 돼지감자 해바라기 밀어내는 저 잡것 단풍잎돼지풀 무엇이.. 정종배 시 2018.07.26
백색소음 백색소음/정종배 전원생활 로망 중에 은평뉴타운 한옥마을 부러운 한옥들이 들어섰다 맹꽁이 개구리 울음소리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다 기록적인 폭염은 견디어도 백색소음 지긋지긋 참을 수 없다 무슨 짓을 했는지 하루살이 한 마리 날지 않고 풀벌레와 매미 소리 끊겼다 초등학생 팻.. 정종배 시 2018.07.25
부음 부음/정종배 노회찬 최인훈 두 분의 부음에 무기력하게 뒹굴다 저녁 산책길에 희망을 보았다 진관사 감로수로 바위 틈새 기록적인 폭염에 몸이 타는 제비꽃에 물을 주려 패트병을 꺼내는데 청년 둘이 삼천사 가는 길을 묻는다 지방대 행정학과 동기로 두 분의 문상과 영혼을 부처님께 빌.. 정종배 시 2018.07.23
풍접화 풍접화/정종배 햇살을 바라보고 출퇴근한다 폭염이 최강으로 익어간다 시내버스 한 정거장 지나치면 햇볕을 등지고 들고난다 햇님을 안고가면 얼굴을 찡그린다 등지고 걸으면 그 따뜻한 사랑을 되새긴다 아무리 예쁜 꽃도 가던 길 멈추고 쪼그려 앉아 바라 보고만 있을 수 없지 않는가 .. 정종배 시 2018.07.23
메꽃 메꽃/정종배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출근길 오늘은 1학기 종업식날 학교 철망 울 밖으로 얼굴을 내민 몇 점 메꽃이 열애 중이다 꿀벌이 양 다리에 화분을 굴려 뭉쳐 날지 못할 정도로 둘이 죽고 못산다 색깔은 나팔꽃에 미치지 못하고 크기는 으아리꽃에 어림 없지만 사랑은 핑크빛 메.. 정종배 시 2018.07.23
만다라꽃 만다라꽃/정종배 저녁 산책 진관사 극락교를 오가며 즐거움이 지나치지 않기를 빌고빈다 잘 못 먹으면 눈이 멀고 10개 칸인가 헬수록 비워라 독하게 가르치는 독말꽃을 불가에선 만다라 꽃으로 부른다 새하얗게 펼친 꽃잎 한여름 달빛이 가장 잘 어울린다 최악의 폭염도 거뜬하다 누구든.. 정종배 시 2018.07.23
달맞이꽃 달맞이꽃/정종배 저 꽃들이 그냥 지나칠리 없다 그믐달이 떠올라 달맞이꽃 피었다 최악의 폭염으로 밤새 잠 못 이루다 야합화와 사랑을 나누는 꿀벌을 불러들여 식전부터 불륜을 저질러 오늘도 뜨겁겠다 정종배 시 2018.07.23
페트병 페트병/정종배 기록적인 최악의 폭염이 이어져 땡볕에 일하던 젊은이도 목숨을 잃었다 바위 틈새 뿌리박아 또랑시인 시원인 제비꽃 천지인 조화로 튼튼하라 오가며 절만 했다 더위에 지치고 데었는지 이파리가 노랗다 안됐다 혀를 차며 일주문을 나서다 빈 페트병 주워 들고 뒤.. 정종배 시 2018.07.23
2018 여름 단상 2018 여름 단상/정종배 지구의 온난화로 죽단화 백당화 명자꽃 철 모르고 몇 점씩 피어나고 진관동 야생동물보호구역 주변에 새집 지은 사람들이 단잠 못 이룬다 맹꽁이 개구리 소리 듣지 않으려 약을 쳐 쫓아낸다 한여름 풀과의 전쟁에 손쉬운 승리 위해 고엽제를 뿌려대 물것 한 .. 정종배 시 2018.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