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 저녁 노을 구름에 뜨겁게 스며들듯 열대아가 급변했다 망충망을 뚫고 부는 바람소리 한겨울 눈보라 휘도는 소리로 온몸이 시원해 똥배를 덮으려 홑이불을 애인인듯 뜨겁게 끌어안다 완도 전복 삼계탕 드신 뒤 혼밤하고 일어나 아침밥 차리는 마눌님께 고백하다 처맞아 디질뻔 했.. 정종배 시 2018.08.19
널배 널배/정종배 땅 위에 그냥 걸을 땐 위태롭다 허리 굽고 다리 휘어 키보다 큰 널배를 뻘밭에 뉘일 때까지 영락없이 극노인으로 안쓰럽다 널배에 왼무릎 올리고 오른 발을 밀때부터 변신한다 베스트 드라이버로 부드럽게 뻘밭을 누빈다 휘휘 뻘을 휘저어 꼬막과 조개를 주워내기 반.. 정종배 시 2018.08.19
매미 매미/정종배 최악의 열대현상 돌변하여 초가을 기온으로 떨어지자 매미가 지하철 환승통로 좁다고 날개를 파닥이며 말복이 어제였다 환승하라 쓰벌 쓰벌 철을 쓰벌 알려 준다 마을버스 기사 좌석 위 환기구 손잡이에 참매미 한 마리가 울어댄다 오늘도 뜨겁다 쓰벌 쓰벌 시원스레 보내.. 정종배 시 2018.08.19
이말산 이말산/정종배 야생화 꽃향기 넘친다 한양도성 성저십리 영조 어머니 무수리 최씨 조상묘와 내시와 궁녀들의 떼 무덤이 뒹구는 이말산 멧돼지 먹이사냥 길이 난다 먹이가 부족하면 새끼와 더불어 등산로 가장자리 뒤집어 마지막 도토리를 찾는다 청딱따구리 나무 쪼는 소리 높은.. 정종배 시 2018.08.16
단비 단비/정종배 올여름 밤 아열대현상이지만 은평뉴타운 맨 위쪽 숲세권이라 창문을 열어두면 에어컨 돌리지 않고도 잠을 청할 수 있다 홑이불로 배를 덮을 때가 많다고 자랑한다 야삼경 후두둑 반가운 소리다 창문을 닫았다 빗방울 소리가 잦아들어 창문을 열었다 우레와 번개 속.. 정종배 시 2018.08.13
소나기 소나기/정종배 소나기 한 두름 지나갔다 진관사 아미타불 마애불 아래의 바위와 이끼가 단물을 머금었다 제비꽃도 힘이나 늠름하다 그동안 미루었던 내 고향 천리길 1박 2일 정도는 맘 놓고 다녀올 수 있다 이만큼이라도 어디냐 고맙다 단비야 소나기야 정종배 시 2018.08.09
일액현상 일액현상/정종배 이른아침 진관야생동물생태보호구역 나무데크 산책길 열대현상에 잠 못 이룬 아침이면 느릅나무 가지 아래 데크가 물기에 젖어있다 이파리에 매달린 물방울을 햇살이 꿰뚫어 일곱 빛깔 무지개로 반짝였다 날씨가 무더워 매미가 울어대면 나무는 제 몸이 상처를.. 정종배 시 2018.08.09
와송 와송/정종배 천년 고찰 지붕에 자라는 와송이 중창불사 새 기와 작업하다 큰일 보러 내닫는 와공의 꼴마리를 탈옥한 씨앗 하나 해우소 오르는 돌계단 틈새에 대웅전 한 채를 튼실하게 세웠다 고려 현종 대량원군 시절 잠꼬대소리 이성계 수륙사 천도재 합장소리 집현전 학사들 훈.. 정종배 시 2018.08.07
함부로 함부로/정종배 진관사 아미타불 아래의 바위 틈새 제비꽃 일곱 형제가 살고 있다 올 여름 최악의 폭염에 이파리가 데처져 오가는 길 불편해 페트병에 감로수를 가득 채워 물을 줬다 다음 날 파랗게 살아나 잘했구나 어깨가 으쓱했다 며칠째 물을 주니 즐거웠다 저녁 산책 바위에 .. 정종배 시 2018.08.07
유기견 삼총사 유기견 삼총사/정종배 늘 붙어 있으며 몸 성치 못한 한 녀석을 배려하는 유기견 삼총사 부럽고 대견하여 사람보다 낫다고 여겼다 더위에 계곡을 찾아드는 주민을 위하여 구청에서 임시 주차장을 24시간 개방했다 수방사 사격훈련 총소리 최악의 폭염에 이른새벽 공기를 가르고 몸.. 정종배 시 2018.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