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편지 겨울편지/정종배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 노을에 노을빛으로 꾹꾹 눌러 쓴다 한겨울 강둑 너머 갈대밭 사이로 난 길을 걸어 들어가 무슨 일을 저질렸는지 뜨겁게 달군 얼음 금 가는 소리에 청둥오리 놀라 날아 오르고 돌아나온 길 위에 일찍 잠든 아기별이 뒤척였는지 얼음 깨지는 .. 정종배 시 2019.02.18
기적 기적/정종배 기적은 아주 먼 이야기가 아니다 굶주리고 목마른 이들을 가엾이 여기고 아픈 이들 아픔을 함께 느끼는 마음에서 싹이 튼다 네 곁에 제일 가까운 이에게 네 가진 것 내주며 손잡아 일으켜 걸어라 사랑은 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내 곁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정종배 시 2019.02.18
행복 행복/정종배 미움받고 누명쓴 지금 우는 굶주린 가난한 이들은 행복하다 더 이상 내려갈 바닥 없어 하느님 나라가 그들의 것이기에 도움을 바라고 마음을 열기 때문이다 칭찬받는 지금 웃는 배부른 부유한 이들은 불행하다 더 이상 쌓아둘 창고 없는 위로를 받았기에 재물만 믿고.. 정종배 시 2019.02.18
풀잎 풀잎/정종배 풀잎 끝에 매달린 한 방울 이슬로 그대를 기다린다 햇살 들지 않은 그늘에 내려 앉은 눈발로 그대에게 닿고 싶다 바람 오면 누웠다 일어나고 햇살 오면 푸르게 늘어지며 비가 오면 모 정종배 시 2019.02.18
물방울 하나가 물방울 하나가/정종배 물방울 하나가 모이고 모이여 바다를 이룬다 물은 계곡물과 시냇물와 하천물과 강물로 몸짓을 불리고 바닷물에 이르며 한 번도 뒤돌아 물러서지 않는다 지나온 물길은 끊어지지 않는다 사람도 물방울 하나로 세상을 살아가면 죄 짓지 않을 것이다 물을 마.. 카테고리 없음 2019.02.18
김수환 추기경 김수환 추기경/정종배 ㅡ선종 10주기 저녁미사 드린 뒤 바보 바보 추기경님 바보 바보가 바보를 알아보고 바보가 바보를 돌봐주며 바보가 바보를 끌어안아 바보회 조직 두목 시국사건 뒷배경 되신 뒤 30여년 불면증에 그 좋던 풍채가 말라가도 가난하고 낮은 곳의 햇살로 사랑과 .. 정종배 시 2019.02.17
윤동주 윤동주/정종배 꽃이 진다 요절이다 동주가 힘 없이 죽어간 날이다 동주보다 35년 일제강점기 기간 더 살았다 나와 가족말고 누구를 위하여 살아왔고 살아가야 하는지 꽃잎이 떨어진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2019.02.16
등산로 등산로/정종배 산속 길은 산짐승이 제일 먼저 뚫는다 눈발도 짐승 길을 좇아가 하얗게 산길을 포장한다 나뭇꾼 대신하여 등산객들 단풍잎 복장으로 산길을 넓힌다 장맛비와 등산화는 경쟁하듯 등산로와 숲 속을 파먹는다 메아리도 메마르게 대답한다 정종배 시 2019.02.16
2월 봄눈 2월 봄눈/정종배 2월에 내리는 눈발은 봄을 맞는 사람들을 한 번은 진정시켜 주어야 눈밭의 복수초 꽃잎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 2월이 짪은 이유는 추위는 어서 가고 봄볕을 즐기라는 뜻이다 나무는 자란 자세 그대로 눈발을 받아준다 늙은나무 반쯤 누운 밑동은 눈발을 포근히 .. 정종배 시 2019.02.16
메아리 메아리/정종배 깊은 산에 들어가 바보야 외치면 바보야 사랑한다 외치면 사랑한다 답이 온다 제 말에 따라 바보가 되었다 애인이 되었다 가로막혀 되돌리는 숲 속은 녹음기 제 말을 따라하는 메아리가 살아간다 날 좇는 당신이 곧 메아리다 정종배 시 2019.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