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사 물소리 진관사 물소리 정종배 비 온 뒤 진관사 계곡은 물소리뿐 날짐승 길짐승 울음 소리 들리지 않는다 물방울 하나 하나 온몸으로 계곡이 부서져라 소리쳐 난바다 향해 가며 멧돼지 유기견 비둘기 소쩍새 뻐꾸기 두견이 휘파람새 울음소리 한 입 가득 물고 쉼없이 노래하는 골짜기 물소리에 .. 정종배 시 2018.06.29
개망초 개망초 정종배 망초 망초 개망초 개항 이후 삼천리 금수강산 순식간에 쫘악 퍼져 배곯은 의병들은 계란꽃이라 쓰린 배를 눈요기로 달랬다 향로봉 등산로 며칠째 소쩍새 뻐꾸기 두견이 휘파람새 유기견 울음소리 들리지 않았다 나무들 사이 사이 흐드러진 개망초 꽃밭에 돈 몇 푼 아끼려 .. 정종배 시 2018.06.28
도토리 도토리 정종배 일요일 이른아침 서울 둘레길 구름정원 계단을 오른다 오뉴월 보리 이삭 팰 때 보릿고개 맞이한 멧돼지네 가족들이 먹이를 찾다찾다 잡혀 죽으나 굶어 죽으나 겹겹이 둘러싼 포획틀 따돌리고 철망과 나무 난간 보호대를 뚫고서 긴 등산로 길섶의 땅 밑과 낙엽 아래 숨어버.. 정종배 시 2018.06.27
자주섬초롱꽃 자주섬초롱꽃 정종배 이른새벽 눈을 뜨자 일기예보 비 내릴 확률 20% 출근길 장대비가 내린다 난바다 수평선 위 갓난아기 손바닥 크기의 구름이 큰비를 몰고왔다 파도소리 되새기는 초롱초롱 자주섬초롱꽃 방울방울 빗방울에 종소리 붉디붉다 예보가 맞지 않은 내 사랑도 그렇다 정종배 시 2018.06.26
산딸나무 산딸나무 정종배 6.25 한국전쟁 낮에는 국방군 밤에는 밤손님 몇 번을 바뀌다 하룻밤에 제사가 스물두명인 무채등에 할매가 널어놓은 모시베 흰 향기로 산딸나무 꽃이 핀다 꽃잎 네 장 균등하게 하늘 향해 열십자로 펼쳐놓고 곤충을 불러들여 꽃가루받이로 위로 곧게 솟구친 열매가 농익.. 정종배 시 2018.06.25
산수국 산수국 정종배 토요일 특전미사 드리고 비봉능선 진흥왕순수비 저녁노을 기운을 받고싶어 집사람과 진관사 골짜기 오른다 산에 산에 산수국 자잘하여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진짜꽃이 가을열매 맺기 위해 그냥 스쳐 지나치는 푸른 여름 녹음아래 눈에 확 들어오는 가짜꽃을 내달아.. 정종배 시 2018.06.24
진관사 사찰음식 서울 진관사 사찰음식 ㅡ1420년 이후와 근대 그리고, 현재 정종배 무차공양 밥이 사람을 모은다 한국사찰음식 본가 진관스님 뿌리고 계호주지스님 거듭난다 멧돼지 유기견 두견이 뻐꾸기 휘파람새 청딱다구리 애기똥풀 뱀딸기 제비꽃 불두화 수국 참싸리 땅사리 팥배나무 . . . . .. 정종배 시 2018.06.22
인동초 인동초 정종배 열다섯번 고3담임 맡으며 처음으로 자퇴생을 처리하고 늦은 오후 퇴근길 1호선 제기동역 할배 할매 전동차에 올라타자 판매원 가위를 손에 쥐고 썰을 푼다 냉동육도 짤리고 닭다리가 단번에 짤려나갑니다 자유자재 맘대로 맘 먹은대로 짜르고 싶은 것은 다 짜릅니다 사모.. 정종배 시 2018.06.22
곤충호텔 곤충호텔 정종배 힘이 약한 다람쥐는 재빠르고 몸이 느린 뱀은 맹독을 가졌고 이저저도 아닌 생쥐는 번식력이 끝내준다 화려한 꽃은 향기가 덜 하고 부실한 꽃은 진한 향기로 벌나빌 유혹한다 넘치거나 치우치지 않으려는 하늘의 이치다 이도 저도 되기도 하고 이도 저도 안되기도 하는 .. 정종배 시 2018.06.21
밤나무꽃 밤나무꽃 정종배 이른여름 밤나무 꽃숭어리 탕아의 방탕한 행각을 아무렇지 않다며 대놓고 산야를 뒤흔들어 짙푸른 밤공기가 야릇하다 홀딱 벗고 홀딱 줄게 홀딱 벗고 홀딱 줄게 검은등뻐꾸기 별을 헤며 울어댄다 오늘밤 탁란할 둥지를 찾았을까 정종배 시 2018.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