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수선화/정종배 ㅡ사순 제4주일 볕 좋은 언덕에 수선화 꽃 피면 멧돼지네 가족이 새끼들 주둥이 단련하려 진관사 계곡의 양지녘에 두더지게임 두더지처럼 솟아오른 원추리 참나리 어린 싹 싹싹 핥고 간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2019.04.06
봄나물 축제 봄나물 축제/정종배 ㅡ사순 제4주일 어린 양으로 도살장에 끌려나오듯 자신을 봄나물로 꺾어가려 음모를 꾸미는지 알지 못해 순들은 펑펑 새순 터트린다 산나물 꾼들은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른다 두려움이 용기로 변한 것은 순이 솟아 봄이 왔기 때문이다 나물꾼들 두 눈.. 정종배 시 2019.04.06
어리굴젓 어리굴젓/정종배 ㅡ임영순 금빛 모래 간월도 어리굴젓 속살이 익어가 곰삭은 맛 바닷물이 모래 바닥 핥고 핥아 쌓고 쌓은 이랑 이랑 정이 뚝뚝 배어든 흉내낼 수 없는 경허 만공 할 한 소식에 짭조름 석화 맛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2019.04.06
숲 속에서 숲 속에서/정종배 풀과 나무 꽃과 잎 철따라 피고 진다 사람은 제 자신이 꽃이자 잎인줄 모르고 철따라 꽃구경 나들이로 야단이다 이 속아지 없는 철부지들아 이제 그만 욕심 부리지 말고 속 좀 들어 저 풀꽃처럼 스스로 그러하게 제 자리에 멈춰서 피고 져라 정종배 시 2019.04.06
개나리 개나리/정종배 ㅡ사순절 개나리 꽃이 핀다 개나리 꽃보듯 출근길 사람을 미운 사람 원수같은 사람을 개나리 꽃 질 때 까지 개나리 꽃 보고 있는 순간만이라도 곱게 보라 이 개나리 꽃같은 놈들아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2019.04.05
대걸레질 대걸레질/정종배 ㅡ사람이 먼저다 안전체육부실 특별구역 청소 당번 갓 입학한 신입생 걸레질 뭔가 달라 회전의자 돌려 앉아 살폈다 제가 앞서 걷고 한 손으로 대걸레를 질질 끌고 교무실을 세 바퀴나 돌고 돈다 불러 세워 왜 그렇게 닦느냐 사람이 걸레보다 먼저 가야 되지 않겠.. 정종배 시 2019.04.04
목련꽃 그늘 아래 목련꽃 그늘 아래 ㅡ사순 제4주일 목련꽃 그늘 아래 고개 숙인 등굣길 핸드폰 재미지지 어깨 펴고 고개 한 번 들어 봐 꽃 피었지 너야 너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2019.04.04
4월이면 4월이면/정종배 ㅡ어머니 지난 가을 해탈문 주변을 대청소 울력하며 몽그라버린 바위 틈에 뿌리내려 또랑시인 산책길 말동무인 제비꽃 일곱 형제 안타까워 눈도주지 않고 지나치다 봄비 내린 뒤 혹시나 살피는데 두 촉이 눈을 맞춰 반겨줬다 그중에 더 튼실한 녀석이 4월 들어 꽃.. 정종배 시 2019.04.03
진관사 진관사/정종배 ㅡ수륙사터 소나무가 노을을 퍼먹고 입술 닦아 솔숲이 검붉다 멧돼지 가족들 원추리 참나리 새촉을 샅샅이 시식하며 산자락 더듬어 훑고간다 유기견 제 영역 제가 지킨다 제 집인양 절마당에서 짖어댄다 올해도 골짜기에 맹꽁이 솔숲에 두견이 뻐꾸기 짝 짓는 노.. 정종배 시 2019.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