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리공원 사잇길 망우리공원 사잇길/정종배 ㅡ죽산 조봉암과 이수연 중랑구 부구청장 봄이다 망우리공원 사잇길을 걷는다 온 숲이 사라지는 것보다 풀꽃 하나 나무 한 그루가 숲 속의 평화를 위하여 말라 죽는 것이 낫다 어느 시대 이야긴가 풀꽃 하나 한 그루 나무가 없어진다 그 숲은 새 한 마리.. 정종배 시 2019.04.13
무궁화 무궁화/정종배 ㅡ사순 제5주일 신이문역 2번 출구 마을버스 정류장 담벼락 아래 무궁화 한 그루 가을에서 봄까지 이파리 지우고 줄기의 그림자가 기도하는 자세로 서기 시작하는 시각 한결같은 시간대 출근길 오늘 아침 일년 만에 아파트 동과 동 사이 해돋이 맞이하여 시멘트 벽.. 정종배 시 2019.04.12
문 문 옛 이문역 문 틈에 개나리꽃 피었다 눈에 띄지 않은 문 앞에 개나리 꽃은 꽃이다 문 앞은 설렘이다 열리면 희망이요 닫히면 좌절이다 반대 일 수도 있다 정종배 시 2019.04.12
봄비 봄비 봄비 소리 모두 모아 계곡물이 소리쳐 흐른다 꽃들의 색깔을 거두워 한 목소리로 노래하며 향기는 쉼없이 흘러간다 꽃길을 좇아 올라 멈춰야 할 곳에 폭포가 장관을 펼친다 물살이 휘도는 작은 못에 계절이 파랗게 깊어진다 정종배 시 2019.04.11
앵두나무 앵두나무/정종배 ㅡ성주간 세월호가 손쓸 새도 없이 봄볕을 머금은 바닷물에 잠길 때 거짓말처럼 교무실 앞 화단에 꽃들을 가득 실은 한 그루 앵두나무 통째로 넘어졌다 전원 구조 소식에 거뜬하게 일으켜 세워 방범창 쇠창살에 묶어놓다 피눈물 쏟아지는 화면 속에 기적과 희망.. 정종배 시 2019.04.11
말 말/정종배 ㅡ사순 제5주일 사랑한다 말을 할 수 있는 한 사랑의 이별은 맛보지 않을 꽃피는 봄 점심 시간 특수반 선생님께서 선생님이 특수반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이시란다 의외란다 뭘까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선 교문지도 전교생에게 안녕 어서 와 먼저 고개숙여 인.. 정종배 시 2019.04.11
봄은 봄인갑다 봄은 봄인갑다/정종배 ㅡ사순 제5주일 봄비는 계곡이 제 길이라 물소리로 떵떵대며 흐르다 절벽을 거침없이 내리뛴다 몇 개의 작은 소를 휘돌며 흐르는 순서가 뒤섞인다 사람도 밑바닥에 떨어져야 아차 눈을 뜨고 순서를 되짚어 일어서듯 풀꽃은 물소리에 깨어나 봄바람 꽁무니 .. 정종배 시 2019.04.10
구두 뒷굽 구두 뒷굽/정종배 ㅡ사순 제5주일 우레와 번개에 꽃비까지 내리는 퇴근길 3호선 구파발행 전동차 6호선으로 환승하는 연신내역 승객이 우르르 나간 뒤 구두 한 짝 뒷굽이 빠져있다 일순 전동차 안 경건하게 숨죽였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2019.04.09
임산부 배려석 임산부 배려석/정종배 ㅡ사순 제4주일 금요일 이른 저녁 3호선 구파발행 안국역 분홍색 임산부 배려석 배가 부르지 않는 초기 임산부를 위하여 자리를 비워주시기 바랍니다 집 뒤안에 살구꽃 피었다고 어젯밤 기어이 일 저지른 당신 이뻐 죽겠네 최고령 임산부 보호하려 앉어도 .. 정종배 시 2019.04.08
묵주기도 묵주기도 ㅡ사순 제5주일 출근길 3호선 전동차 노약자보호석 묵주기도 경건하다 앞에 설 수조차 어려운 환자가 쓰러져도 눈감아버리는 기도발 성스럽다 정종배 시 2019.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