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솔밭 붉은솔밭 정종배 붉은솔밭에 저녁노을 자리펴면 유기견 삼총사 별을 헤며 잠자리 들어가려 김신조 루트였던 응봉능선 오른다 멧돼지 가족들 줄지어 진흙탕 목욕을 즐기려 잦아드는 물소리 좇아서 능선을 내려온다 멧돼지 가족과 마주친 응봉능선 좁다고 유기견 컹컹 짓는 소리 .. 정종배 시 2018.06.03
인동초 인동초 정종배 늦은 오후 퇴근길 1호선 제기동역 할배 할매 전동차에 올라타 출발하자 판매원 가위를 들고 판다 냉동육도 짤리고 닭다리가 단번에 짤려나갑니다 자유자재 맘대로 맘 먹은대로 짜르고 싶은 것은 다 짜릅니다 사모님께 선물하세요 사모님 마음대로 안된다고 남편은.. 정종배 시 2018.06.01
진관사 솔밭에서 진관사 솔밭에서 정종배 오뉴월 솔밭에 저녁노을 배어들면 소나무들 궁둥이 툭툭 털고 잦아드는 물소리 궁금해 줄지어 능선을 걷는다 붉은 노을 옅어지면 너도 나도 진관사 호위무사 빠질 수 없다고 하나 둘 제 모습을 드러낸다 멧돼지 가족들 진흙탕 목욕하고 개운하다 뒷덜미 .. 정종배 시 2018.06.01
각시붓꽃 각시붓꽃 정종배 그 어떤 유혹에도 눈을 주지 않았다 각시붓꽃 사랑에는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외도로 입방아를 찧어도 내 생애 한 번은 거슬러 화려했다 정종배 시 2018.06.01
탱자꽃 탱자꽃 정종배 국민학교 2학년 못자리 잡는 날 놉들 밥해 주기 위해 두 학년 위 작은성과 읍내 매일시장에서 돼지고기와 찬거리 사 들고 대동주조장 막걸리 한 말 주문하고 중천에 떠 있는 햇살과 시오리 등굣길을 나섰다 느긋한 작은성을 앞질러 아카시아 꽃향기를 헤쳐갔다 1교시 시작.. 정종배 시 2018.05.31
쥐똥나무 쥐똥나무 정종배 철망 안 저 나무는 언제나 철이 드나 눈에 띄지 않더니만 어느새 떼로 피어 나뭇잎 사이로 벌나비 혼쭐을 빼놓는다 쥐똥 쥐똥나무 쥐똥 그 검고 빛나는 역한 내로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지나치다 하얗게 월담하는 꽃향기에 뒤돌아 볼 수밖에 없었다 허명과 겉멋에 호 불.. 정종배 시 2018.05.30
찔레꽃 찔레꽃 정종배 개똥받이 뙈기밭 밭둑 밑 독무덤에 찔레꽃이 피었다 밭 매러 오가던 할매는 어릴 적 잃어버린 네 아들 영혼을 눈물로 돌 하나씩 쌓았다 엄마는 점상을 받지 않아 아픈 몸 치유하려 읍내 성당 오가며 임신중절 수술로 떨어트린 두 녀석 넋을 돌멩이로 달랬다 나는 고향 가는.. 정종배 시 2018.05.29
백당꽃 백당꽃 정종배 백당나무 바람잡이 꾸밈꽃은 열매를 맺지 않고 벌나비를 불러들이는 여리꾼 오롯이 자잘한 갖춤꽃을 위하여 살아온 짜가 인생 석녀화로 누구보다 즐겁게 가장자리 삐끼 꽃으로 사랑을 바라보며 피고 진다 정종배 시 2018.05.28
넝쿨장미 넝쿨장미 정종배 봄볕을 접어 접어 몇 겹을 접어서 담장 위에 장미꽃은 오월의 햇살 아래 춤을 춘다 내 혀는 접으면 접을수록 줄줄이 일들이 접히어 넝쿨째 손가락질 당한다 살아가며 접을 건 접어야 되는데 무엇을 접을까 어떻게 접을까 누구를 접을까 . . . 우선 나를 접어야 이 세상 아.. 정종배 시 2018.05.25
시계풀꽃 시계풀꽃 정종배 환갑인 여동생이 어버이날 아버지 유택 가는 길섶의 토끼풀꽃 사진을 카톡에 올렸다 어릴적 손목에 채워준 오빠의 시간은 어떤지 응 그런대로 잘 지네 환승역 환승통로 전동차 도착 예정 전광판 수리중 안내문이 붙거나 슬그머니 철거했다 시간은 멈추거나 수리할 수 .. 정종배 시 2018.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