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풀꽃 보잘것없다 사랑의 문 밖에서 미혹의 졸음에 빠져서 제때 꽃잎 피우지 못한다 아우성치지말고 삶과 세상과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꽃향기로 맑고 고운 죄와 부족함을 인정하는 더 낮은 자세는 필요 없다 지금 있는 그대로 깨어 있어라 보잘것없는 꽃은 없다 한겨울 풀꽃은 .. 정종배 시 2017.12.04
오늘 하루 오늘 하루 철따라 안부를 전하는 저들의 작은 발이 얼마나 이쁜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향기는 하늘로 소문은 온누리 끝까지 이미 흩어졌다 오늘 하루 풀꽃걸음 뒤쫓자 정종배 시 2017.12.01
롱 패딩 검은 기우 롱 패딩 검은 기우 검다 온통 검다 겉만 검으면 다행이다 내남없이 뼈속까지 검을까 다 같이 검은 똥 눌까 넘치는 자본주의 검은 꽃이 활짝 폈다 검은 말을 쏟아내 올 겨울 함박눈이 검게 휘날릴까 오는 봄 개나리 진달래 검은 옷 휘감고 나타날까 정종배 시 2017.11.29
동백꽃 내 고향 함평만 술안개 돌머리 함박눈 내리는 바닷가 한겨울 농한기 뼈맞추는 부녀자들 해수찜 열기를 흥얼흥얼 통째로 피고지는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헤일 수 없는 핏빛 붉은 동백꽃과 춘천시 금병산 산자락 실례마을 꽃샘바람 틈새로 점순이를 무너뜨려 피고지는 김유정 소설 .. 정종배 시 2017.11.29
가을비 내리는 출근길 가을 비 내리는 출근길 연서시장 맞은편 버스정류장 회화나무 한겨울 북풍한설 지난 봄 꽃샘추위 한여름 천둥소리 가을 철 가지치기 맨몸으로 아로새겨 기다리다 기다리다 좋은 사람 기다리다 어젯밤 갈바람에 벌거벗고 도로와 인도의 경계석에 발가락 다 잘린 몽당발로 늦가을 .. 정종배 시 2017.11.22
시인 윤동주 생가 가는 길 시인 윤동주 생가 가는 길 정종배 동주가 언제 꽃길을 놓았나 동주가 언제 꽃길을 걸었나 동주의 생가 가는 길 허물어지도록 길을 열고 여는 싸리나무 꽃잎 꽃잎 동주 생가 우물은 메말라 바닥을 보이나 동주 자화상은 그대로 간직한 듯 깊이 받아 새기고 골똘히 들여다 보았다 분.. 정종배 시 2017.11.20
달항아리 달항아리 눈을 들어 보면 볼수록 귀를 세워 들으면 들을수록 봄에는 봄볕 여름엔 그늘 가을엔 열매 겨울엔 흰눈 손으로 만지면 만질수록 가슴으로 안으면 안을수록 터질듯 터지지 않는 넘칠듯 넘치지 않는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2017.11.20
IMF 외환위기 20주년 IMF외환위기 20주년 개미는 제 몸무게 여섯 배의 식량을 입에 물고 옮기어 식구를 먹이고 벼룩은 자기 키의 100배 이상 뛰어올라 동물의 피를 뽑아 살아간다 모든 종의 3%만 뼈대 있는 절대 소수 동물 그 중에 인간은 벼룩의 간만큼 극 소수 모든 종의 2/3 이상의 곤충도 뼈대가 없다 .. 정종배 시 2017.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