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봄/정종배 들으라고 더 깊이 들어보라 봄이 온다 물소리 목소리 커지는 곳은 봄눈 녹은 물이 바위 위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물소리에 동백꽃도 꽃눈을 띄운다 점순이도 마음을 붙잡지 못하고 물봉인 또랑시인 불러내 물소리 손잡고 걷잔다 정종배 시 2019.02.24
봄밤 봄밤/정종배 봄눈 녹아 물소리 불어나고 꽃들이 꽃눈 틔워 유기견도 향기롭게 짖어대 봄이 내려 오는 소리 좇아서 마실길을 걷는다 멧돼지들 야합의 소리에 구름도 입술을 그리며 계절이 바뀌는 봄하늘 별빛에 키스를 퍼붓는다 정종배 시 2019.02.24
꽃 꽃/정종배 봄이 왔다 꽃이 핀다 쉽게 생각하지 마라 그냥 오는 법은 없다 그냥이란 말 함부로 쓰지 말길 꽃은 어쩔 수 없이 피는 법은 없다 사람도 다 필요해서 사랑이 낳은 똥덩어리다 똥이 밥이다 똥 못 싸면 죽는다 꽃은 똥이다 꽃잎이 떨어지는 게 똥 사는 일이다 정종배 시 2019.02.23
봄 봄/정종배 함평천지 고향집 뒤안에 매화는 피고 피어 봄은 이미 왔지만 상춘객은 제멋대로 즐긴다 꽃샘추위 때를 맞춰 살라는 자연의 섭리와 경고를 깨닫는 게 철드는 것이고 사람의 몫이며 삶이다 눈앞에 보이는 사랑은 보이지 않는 사랑이 낳았다 당신이 저 멀리 있어도 올 봄.. 정종배 시 2019.02.23
여행 여행/정종배 ㅡ황태덕장 보는 눈이 맑아서 웃는 입이 예빼서 목소리가 듣기 좋아 아무 말도 못히고 쳐다보기만 해 끝까지 흥정하다 뒤돌아 설 때 싸게 사 좋아라 자랑했다 버스 떠날 때 마지막 몇 토막 싼 값 억울하지 않다 제 몫을 골고루 기다리면 밥 굶는 걸 면하지 않는가 달항.. 정종배 시 2019.02.22
내주는 등 내주는 등/정종배 ㅡ사모곡 산자락 소나무 한 그루 진흙탕 목욕을 즐기는 눈 밝은 멧돼지네 가족들 등 긁어주는 효자손으로 눈에 들어 선택 받아 좋지 않을까 아빠 멧돼지가 맨 먼저 등을 맡기고 엄마 멧돼지 뒤를 이어 줄줄이 새끼 멧돼지까지 비벼대 맨살이 반질반질 윤이 나고 .. 정종배 시 2019.02.22
멧돼지 멧돼지/정종배 멧돼지는 진흙탕을 좋아한다 진드기를 잡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사랑을 얻으려는 노력이다 사랑을 위하여 흙탕물을 뒤집어 쓴 적이 있는가 나무에 밑동을 긁어주는 효자손이 아닌가 정종배 시 2019.02.22
노숙자 노숙자/정종배 1997년 가을까지 OECD가입 선진국이라 청와대 한 분은 경제는 니들이 알아서 머리는 빌릴 수 있으나 건강을 빌릴 수 없어 어디든 새벽이면 일어나 달린 후 차를 마시며 팔장끼고 감각적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IMF 노숙자 하루 아침에 멀쩡하던 사람들이 회사에서 부도.. 정종배 시 2019.02.22
사랑꽃 사랑꽃/정종배 한겨울 깊은 밤 눈발이 벌거벗은 온몸으로 하늘을 포근하게 휘돈다 뭐든 내가 먼저 피면 네 사랑의 향기는 말할 것도 없이 저절로 피어난다 정종배 시 2019.02.22
인사동 인사동/정종배 인사동에 예술가 방외지사 술꾼만 꼬이는 건 아니다 팔도 기인 산물 중국산 짝통을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않는다는 하여간 인사동은 먹을 것이 많다 따라서 떡고물 많아 좋다 정종배 시 2019.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