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차/정종배 위험의 외주화 하청 죽음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추모집회 끝내고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서서 차는 마실수록 가슴이 따뜻하다 가슴이 따뜻하게 열린다 따뜻하여 아무것도 바리지 않는다 마음 안에 무지개가 뜬다 한데 섞어 휘저으면 흰색이다 흰색은 인생의 모든 빛.. 정종배 시 2018.12.22
덕운스님 덕운스님/정종배 부처님 진신사리와 국조단군 어진을 함께 모신 함박눈 내려 쌓인 서종면 적광암 덕운스님 법문 대신 두 시간 내내 앉아 차 드세요 보이차 쉴 틈 없이 따라줘 진신사리탑도 까치밥도 달빛도 취하여 눈길에 매화꽃 향기를 풀어 놓아 집에 오는 길목도 오는 봄도 내 .. 정종배 시 2018.12.22
자목련 자목련/정종배 ㅡ망우리공원 벌거벗어 단순한 나목이 따뜻한 가슴을 열어놓고 꽃향기 터트리기 위하여 눈보라 뜨겁게 맞아들인 꽃봉오리 검붉은 사랑이 가슴에 싹트는 순간마다 계절은 거듭거듭 태어나고 기다림의 굴레에서 벗어나 감동의 꽃잔치가 열린다 진정한 삶의 나날은 .. 정종배 시 2018.12.19
벌거벗은 향기로 벌거벗은 향기로/정종배 ㅡ망우리공원 대향 이중섭 올 한 해도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헝크러진 생각을 마무리 지으려 사색의 길을 벗어나 숲길을 걷는다 겨울 숲은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만 지닌다 꿀벌만 필요한 것 이상을 모아두다 결국엔 사람에게 꿀을 빼앗.. 정종배 시 2018.12.17
노숙자 노숙자/정종배 없는 자가 버티기 가장 어려운 겨울 아침 출근길 1호선 소요산행 전동차 멋진 신사 한 분이 맨 앞 칸 전 좌석을 차지하여 전철역마다 들어오는 손님들 왠 떡이냐 빈 자리 앉으려다 급하게 일어나 코끝을 문지르고 자리를 옮긴다 스포츠용 썬그라스 푸른 빛이 두리번.. 정종배 시 2018.12.17
외주하청 죽음 외주하청 죽음/정종배 위험한 일은 외주 하청으로 몰빵한다 하청 일하다 죽으면 죽음도 아니다 하청 업체는 찍혀 리스트에 오르면 일을 맡을 수 없어 하청노동자들 일이 끊겨 배를 쫄쫄 굶기에 인명사고 숨기기에 급급하고 뒤에서 적당히 몇 푼 돈으로 얼머무리면 원청 업체는 산.. 정종배 시 2018.12.16
함박눈 함박눈 ㅡ망우리공원 오늘밤 함박눈이 푹푹 내려 쌓인다 헤아릴 수 없는 눈발은 휘날리는 그대로가 귀하다 일부러 꾸미려 하지 않는다 날 새기 전 너에게 눈발로 걸어가 문 앞에 내려쌓인 숫눈길 첫 발자국 소리로 가슴에 안기어 녹고 싶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2018.12.16
명상 명상/정종배 ㅡ망우리공원 겨울 숲은 명상의 성지다 벌거벗어 단순한 나무도 숲길을 걷는 숨과 숨 사이 명료한 발걸음 소리도 텅비어 메아리 울리는 명상의 숲으로 환승하여 너와 나 사랑의 꽃이 피어 올 겨울 추위도 향기롭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2018.12.15
눈발은 눈발은/정종배 ㅡ청년 하청노동자 김용균 햇볕이 한 번도 들지 않는 응달이나 햇살이 곧게 들다 스르르 빠져나간 구석진 곳까지 눈발은 바람을 좇다가 내려 앉아 메마른 땅과 먼지와 목마른 그늘을 적셔준다 태안화력발전소 석탄 설비 운전하는 24세 하청노동자 김용균 입사 3개.. 정종배 시 2018.12.13
섬 섬/정종배 사람은 섬으로 태어난다 딱하게 아니라 우기는 웃기는 딱 한 사람 바로 너도 섬이다 빙빙 둘러 파도가 바위를 치대며 고백하는 말씀을 경청하고 사랑을 끝까지 받아적다 모래알로 부서져 백사장을 펼쳐놓다 모래도 하나의 섬이다 정종배 시 2018.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