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첫눈/정종배 오신다 첫눈이 오신다 올 한 해 잘 살아 줘 고맙다고 하늘이 신발 벗고 백지 수표 하늘하늘 흩날려 네가 떠난 꽃자리에 따뜻한 사랑이 쌓인다 정종배 시 2018.11.24
말씀 말씀/정종배 ㅡ망우리공원 말씀을 씹어 삼켜 본 사람은 안다 살아 살아온 살고있는 나날을 입으로 이야기 하는게 삶이고 생명이며 걸림돌이다 힘들고 지치고 어려울 때 말씀은 벌꿀과 위로지만 죄를 짓고 교만하고 갑질로 살아갈 때 말씀은 배 아프고 쓰리고 피하고 싶다 천상병 .. 정종배 시 2018.11.24
칠산바다 칠산바다/정종배 내 고향 깜박산 용굴에 실꾸러밀 던지면 며칠 있다 칠산바다 파도를 타고 있어 그 산자락 외갓집에 요양 중인 엄마가 빠지면 어떡하나 늘 걱정이 앞섰다 무안 도산 외가 가는 마지막 고개 돗재를 넘을 때 우리 열식구 다 누워도 넉넉한 고인돌 위에서 쉬면서도 가.. 정종배 시 2018.11.23
메뚜기다리 메뚜기다리/정종배 향로봉과 이말산을 이어주는 생태다리 메뚜기다리 소리없는 금을 밟고 서면 구랫들 나락밭에 메뚜기 날 뛰듯 가슴이 뛴다 원효 염초 백운 의상 용출 용혈 증취 나한 나월 문수 보현 단단한 죽비로 한 소식 얻으라 고소하게 달려들어 내리친다 어디로 토낄까 네.. 정종배 시 2018.11.23
화장실 화장실/정종배 교직원 화장실보다 학생용 화장실을 이용한다 일을 보고 쥐어 짜고 흔들며 날 다잡으려 그렇다 전교조 해직엔 각서 쓰는 형태로 고재호 박일환 선생님 두 분을 재물로 가족의 평안과 일신의 안전을 목표로 뜻을 꺽고 굽힌 뒤 똥개가 싸움에서 진 뒤엔 이긴 개집 앞.. 정종배 시 2018.11.23
허수경 허수경/정종배 가시내야 가시내야 진주내기 가시내야 허무의 집이 이렇게 꽉 차고 넘치느냐 한생이 멀지도 가깝지도 않구나 잊지않고 읽어주며 꼭꼭 씹어 시업이 굶지 않고 눈물이나 웃음이 분비는 게 제일이지 사내 마음 처음으로 앗아간 가시내야 또랑시인 희미한 물소리 진주비빕밥 .. 정종배 시 2018.11.20
천상병 때밀이타올 천상병 때밀이타올/정종배 혼자 있어 2000원 니가 좋다 2000원 하나 주고 가시오 2000원 그래 나도 하나 주시오 2000원 팔면 손해 2000원 사면 이익 2000원 자식보다 2000원 니가 좋다 2000원 두 개 주고 가시오 2000원 그래 나도 두 개 주시오 2000원 오늘 밤은 2000원 문제 없다 2000원 팔면 손해 2000원 .. 정종배 시 2018.11.20
한생 한생/정종배 ㅡ망우리공원 늦가을 단풍잎 한 잎 비바람 폭풍우를 이겨내 대견하다 견디지 못한 가랑잎은 찢겨 땅에 질질 끌려 나뒹굴다 흙으로 돌아갔다 사람도 한 치도 오차없는 나뭇잎 한생이다 비바람 폭풍우를 극복하고 때 맞춰 사랑하자 철철이 사랑하자 달항아리 내 사랑.. 정종배 시 2018.11.19
환승 환승/정종배 ㅡ망우리공원 늦가을 단풍잎 고맙다 네가 환승하지 않았다면 숲 속에 들어가는 누구나 수해바다 섬으로 눈에 푸른 물이 배어 얼마나 막막하였을까 그나마 갖은 빛을 현란하게 드러내 얼마나 다행인지 세상도 사람도 어려울 때 제 자신을 어떻게 환승하는가 쉽지 않.. 정종배 시 2018.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