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내려 뿌리내려/정종배 사랑은 세상의 원뿌리 돈에 좌우되는 사랑은 모든 악의 원뿌리 어떠한 처지에도 만족하는 법을 배워 배고프거나 모자라도 잘 지내는 오롯한 사랑으로 가슴을 따뜻하게 비워내 어두운 바위틈이라도 네 뜻대로 뿌리내려 환하게 살아가라 정종배 시 2018.11.12
진달래꽃 진달래꽃/정종배 봉화산근린공원 남향받이 꽃밭의 울타리 해가 거듭 될수록 전지가위 익숙하게 받아들여 진달래꽃 꽃가지가 촘촘하고 꽃송이가 많아졌다 아무리 꽃이 피는 그 때가 제 철이라 여기는 세상이지만 늦가을 조락의 계절에 꽃이 핀다 좋아라 박수칠 일은 분명 아니다 .. 정종배 시 2018.11.12
불가사리 불가사리/정종배 ㅡ망우리공원 늦가을 단풍나무 수해바다 향기로운 불가사리 떼로 기고 뒹굴며 지난 여름 단풍나무 그늘의 깊이를 마름질해 가을볕에 바삭거린 향기가 난무하여 올 겨울도 눈부시다 내 삶의 계절에 화려하게 지워지지 않겠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2018.11.12
명자꽃 명자꽃/정종배 가을을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 점심을 빨리 먹고 봉화산 근린공원 한 바퀴 도는데 날 부르는 소리 들려 뒤돌아 기웃대며 귀 기울이니 여기야 여기야 이 바보야 여기라니까 눈 비비고 고개숙여 들여다보았다 잎 다 떨군 빈 가지를 꽃가지로 리모델링한 명자꽃이 가을볕에 미.. 정종배 시 2018.11.12
원통사 원통사/정종배 도봉산 우이능선 우이암 그 바위 벼랑 끝 원통사 일주문 앞 느티나무 단풍잎 사미승 독경소리 좇다가 손을 놓쳐 허공을 휘돌다 목탁소리 끊나고 물소리 시작하는 옹달샘을 스치며 한생을 비춰본다 이 세상은 둥글다 잎도 꽃도 향기도 너와 나 우리의 삶도 사랑도 .. 정종배 시 2018.11.12
우이암 우이암/정종배 한 귀를 쫑긋 세워 아침저녁 노을을 되새기며 느긋하게 하늘을 굳걷히 지키는 우이암 오사허게 귀도 밝네 철따라 오가는 볕과 바람 안개와 비구름 이슬과 서리와 눈보라 얼마나 궁금했으면 소나무 진달래 팥배나무 귓등에 자리를 내주어 까마귀 사랑 노래 몇 번을 .. 정종배 시 2018.11.12
발레리나 발레리나/정종배 발레리나 최고의 발레리나 엄지발가락 발톱으로 진달래꽃 한 그루 바위 틈에 올라서 목이 쉰 프리마 돈나 독무로 오메 늦가을 온산을 끝까지 검붉게 불 지르네 오늘 하루 우이능선 종주한 우리 모두 진달래꽃으로 이 계절 최대 흥행 커튼 콜 오페라 주인공 정종배 시 2018.11.11
단풍나무가 등산객에게 단풍나무가 등산객에게/정종배 우리는 겨울 추위에 살아남기 위해 죽을똥 살똥 피똥을 싸는데 사람들은 이때가 아니면 언제 보느냐 놀리고 우기듯 우리보다 명품이다 택도없이 화려하게 차려입고 우리를 웃기며 눈치없이 미어지게 품속을 더듬고 파고들어 환장해서 뒤집어진다 지들은 .. 정종배 시 2018.11.11
은전 한 잎 은전 한 잎/정종배 출근길 신이문역 2번 출구 동전 한 잎 구른다 가을비에 젖어 낮게 소리가 깔린다 사람들의 눈도 따라 향기롭다 잃어버린 동전주인 주춤하다 홈으로 진입하는 전동차 소리에 급히 뛴다 복음 말씀 어긋난다 은전 한 잎 잃으면 등불을 켜고 집 안을 쓸며 샅샅이 뒤.. 정종배 시 2018.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