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덩이 웅덩이/정종배 ㅡ망우리공원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이나 맛과 멋 흥겨운 가락이 철따라 난무하지요 그 중에 제일은 이 가을 죽음의 파티 화려 찬란 씸깃굿이지요 무슨 말과 글과 그림 춤과 노래가 필요한가 얕고 작은 웅덩이 잦아드는 그림자 오롯한 철부지 굿판 뿐이다 정종배 시 2018.11.05
벚나무 벚나무/정종배 ㅡ망우리공원 제 그늘의 높이와 벗들의 깊이를 한 잎 한 잎 확인하며 화려한 다이어트 몸무게 재면서 가을밤을 즐기며 오는 겨울 추위를 대비하는 벚나무 별빛이 흩어지는 가로수 그늘아래 오늘밤 지새며 온전한 사랑을 나눠야 하는가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2018.11.05
웅덩이 웅덩이/정종배 응봉능선 높이와 깊이를 가을 가뭄 때문에 골골거려 흐르는 물소리가 단풍잎 향기를 실고서 한치의 오차없이 잘도 재며 흐른다 그 물소리 향기로운 노고를 아는듯 목청을 가다듬고 쉬었다 가라며 물소리 흰머리통 휘어잡아 웅덩이가 하얗게 받아준다 바위 위를 흐.. 정종배 시 2018.11.05
지게차 지게차/정종배 월요일 출근길 신이문역 2번출구 에스컬레이터 설치 작업 상일꾼 몇 명 몫인 시멘트 포대를 지게차가 쉽게도 옮긴다 나무장사 지게꾼으로 샛별을 길동무 삼아 나뭇단 한짐을 함평장에 부려놓고 아침밥 먹기 전에 화개동 천둥지기 논빼미 물꼬 보러 실갈치 매단 지게 작대.. 정종배 시 2018.11.05
11월 11월/정종배 ㅡ망우리공원 지난 일년 저 혼자 외롭거나 다른 자와 함께 하여 어색했다 11월 직립의 숲길을 걷는다 나란히 어울려 보기 좋다 굽은 나무에 다가가 가만히 옆에 서 있다 말없이 바람이 콕 찌르면 응 응 그래 응 고개만 끄덕여도 우수수 단풍잎 손을 놓듯 절절한 사랑이 넘쳐난.. 정종배 시 2018.11.04
가을산 가을산/정종배 ㅡ망우리공원 참나무 숲 단풍잎 마른 소리 뭉게구름 무게 재다 노을빛에 타오른다 이것들을 상처없이 보내려면 어떻게 입을 닫아 걸까 이별이 이렇게 눈부시면 어찌해야 좋을까 가을하늘 선하게 푸르다 가을볕 낙엽 밟는 소리를 지나쳐도 죄로 가지 않겠다 달항아.. 정종배 시 2018.11.03
소요산발 소요산발/정종배 10월 마지막 불금 늦은 오후 소요산발 인천행 전동차 등산복 차려 입는 꽃중년 공주봉 단풍잎 머리에 꽂고 있다 자기들이 단풍잎보다 고운지 아는지 모르는지 수다삼매 객실이 온통 붉다 인천역 종점 너머 월미도 저녁노을 뒷풀이에 저희도 빠질 수 없다 달빛이 .. 정종배 시 2018.11.03
두렵느냐 두렵느냐/정종배 ㅡ망우리공원 내가 맘껏 누리고 소유한 하늘을 잃을까 맺고 있는 사랑과 평화가 상처받고 깨어질까 언젠가 맞이할 죽음 앞에서 후회할 눈물을 흘릴까 두렵느냐 저 풀꽃 한 송이는 폭풍우 눈보라 가뭄에도 쓰러지지 않고 언제나 그러하듯 살든지 죽든지 기대와 희망으로.. 정종배 시 2018.11.03
시의 날 시의 날/정종배 올해 들어 출근길 전동차 안에서 지인분께 SNS로 시 한 편 올린다 은사 구상 시인의 등단 하든 하지 않든 문단에 기웃거리나 패거리 좇지말며 기회가 닿는대로 발표지 구분말고 발표하다 죽은 뒤라도 한 구절 남기면 행복하다 말씀 좇다 나이든 요즈음 전업작가 맛이 이런.. 정종배 시 2018.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