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바다 수해바다/정종배 달빛이 단풍잎 품 속을 파고든다 단풍잎도 어쩌지 못하고 제 몸을 놓아 버린다 내년 봄 새 잎과 꽃을 볼 수 있다는 걸 알기나 한 듯 한 잔 걸친 얼굴로 사람을 불러 모아 산이 미어 터진다 단풍의 절정은 죽음의 파티다 사람의 운명도 이렇듯 굿판을 벌리어 구경거.. 정종배 시 2018.10.29
아우야 아우야/정종배 종찬아 불러 본 지 얼마만이냐 성 잘 있었서 술에 젖은 목소리가 그립다 네 빠진 이 사이로 피식 새는 웃음 소리 듣고 싶어 단풍든 마실길을 걷는다 수륙재 준비하며 싹둑 뽑힌 장수꽃은 어린잎을 보란듯이 제 자리에 기운차게 솟아나 늦가을 달빛을 즐기고 있구나 물소리.. 정종배 시 2018.10.29
눈인사 눈인사/정종배 ㅡ망우리공원 바람에 손을 놓는 단풍잎 제 한 목숨 죽음으로 나무를 살리는 축복이길 수거용 마대속에 겹겹이 구겨져 숨막혀 있다가 두엄 속에 발효하여 꽃화분 퇴비로 곳곳에 스며들어 어여뿐 꽃을 피워 사랑하는 사람의 대문 앞에 자리잡아 눈인사 향기롭게 주.. 정종배 시 2018.10.29
오로지 오로지/정종배 ㅡ망우리공원 숲은 각자 주어진 시간을 제 모습 갖추어 나갈 때 태풍과 벌레와 짐승에게 요절하거나 꽃을 피워 벌나비 꿀을 따고 기온 차가 크면 클수록 단풍은 사람을 홀린다 열매로 풍미를 더하거나 씨앗으로 후생을 도모한다 생의 짧고 긴 차이는 있으나 다 같이 땅 속.. 정종배 시 2018.10.29
호구 호구/정종배 ㅡ망우리공원 이른 아침 출근길 느티나무 단풍잎 비바람에 대책없이 털리며 올 겨울 추위도 거뜬하다 속으로 웃고 있다 오늘 하루 신호등 고장으로 빨간불만 켜있듯 꼼짝않는 사랑에게 속속들이 단풍든 마음까지 손쓸 새도 없이 털리어 호구와 밥이 되길 발걸음 소리가 환.. 정종배 시 2018.10.28
거미줄 거미줄/정종배 어느덧 가을이 깊어간다 거미줄에 물것이 걸리지 않는다 단풍잎 몇 잎이 걸렸다 무당거미 재수 없다 눈 한 번 주지 않고 꼼짝 않고 기다린다 노을이 거미줄을 붉게 튕겨 가을이 검붉게 머문다 때와 철과 길목를 잘 아는 거미도 하늘이 주신대로 거두워들이며 내일.. 정종배 시 2018.10.25
화살나무 화살나무/정종배 이른봄 노고지리 노래소리 한여름 먹구름을 향했는가 가을하늘 새털구름 똥구멍을 쏘았는가 꽃보다 향기로운 붉은 피를 쏟아내 저녁노을 견주지 못하고 죄 나가 떨어져 꼬꾸라지는가 오는 겨울 외딴집 주인장 화살나무 차 한 잔에 가슴도 구들장도 후끈 달아 오.. 정종배 시 2018.10.25
쑥부쟁이 쑥부쟁이/정종배 젊은 여자 승객이 제기동 경동시장 장보고 짐을 끌고 들어오는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환승역인 신설동역 동묘역 동대문역 자리 나자 노인들이 잡아 당겨 앉히면 앉아 있다 노인이 앞에 서면 벌떡 일어나길 습관처럼 반복한다 노인분들 요즈음 보기 드믄 어찌 이리 .. 정종배 시 2018.10.24
서해안고속도로 노을에 젖은 시혼 서해안고속도로 노을에 젖은 시혼/정종배 함평천지 봄비 이수복 아, 나의 어머니 오영재 주포항 산당화 천승세 겨울공화국 양성우 노동의 새벽 박노해 노동자 시인 조영관 영광 옥당골 석류 조운 오세영 박남준 정읍 망부석 정읍사 고창 방장산가 선운산가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다 .. 정종배 시 2018.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