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2302

진관사 오곡밥

진관사 오곡밥 금요일 오전 불교기본교육 서홍스님 강의에 몇 번을 죽었다 살아났다 강의가 끝나길 기다린 선우 총무스님 자원봉사 지원자 응원하려 오시어 이번 33기는 무슨 공덕을 쌓았기에 7년 기다린 서홍스님 강학을 듣느냐며 의사를 하시다 귀의하신 비구니 스님이시란다 60대 늙은 거사 도반 넷이서 점심공양 후 그냥 가기 그래서 밤껍질을 까는데 손을 보태 자봉을 하였다 입춘절과 대보름 오곡밥 준비하며 오곡 한톨 한톨 죽이고 살리고 오채 나물 생사를 결정 짓는 보살님들 손길이 칼이다 이거사님 숫돌에 칼 30여개 넘게 가는 동안 58개띠 보살 한 분 나타나 밤을 까며 몇 마디 말 나눈 뒤 거침없이 남편 죽고 내 맘대로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며 선문답을 하신다 거사님들 칼을 쥔 손이 떨린다 진관사 종무소 전화를 받..

정종배 시 2023.02.06

10.29 참사와 입춘절

10.29 참사와 입춘절 10.29 이태원 참사가 그대로 멈춰서 최강 한파 겨울 넘겨 입춘을 맞았다 철제 펜스 난무한 광화문 광장에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설치 못해 유가족들 흐느끼며 시청 앞 광장에 시민들이 에워싸 마련했다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 시설물 설치와 집회가 기습 점거 불법으로 즉시 철거 해산하라 건너편 확성기가 찢어져라 간첩이 나타났다 빨갱이가 등장했다 공산당이 좋으면 북으로 가거라 낮에는 경찰 병력이 둘러싸고 어둠이 깔리자 분향하는 사람들의 줄이 짧다 촛불집회가 끝나고 지하철 시청역 들어가는 사람들을 분향소로 안내했다 시청 청사 게시판엔 "겨울이 온 세상에 말했다 홀로 추운 삶은 없다고" "동행할수록 더 매력있는 서울" 서울시청 공무원이 철거 계고장을 들고서 나타났다 유족..

정종배 시 2023.02.05

각자도생

각자도생 유기견이 북한산 눈쌓인 백운봉에 올라앉아 등산객을 기다린다 어서 하나 던져주라 가난한 이들은 한겨울 버티면 봄 새싹과 꽃들로 거듭난다 가스 전기 버스 택시 전철 공공 대중교통 요금 올라 소비자 물가 심리 폭등이라 너희들도 더는 버티기가 어려워 서울에서 제일 높은 꼭대기에 올랐구나 산은 산 용한 용산에서 앞 산에서 올리지 않아서 특별한 방법이나 대책이 없으니 각자 알아서 하라하여 각자도생 터득하여 너희들도 빙판길 벼랑을 올라야 봄을 맞아 살아가지 뭘 좀 안다는 이들은 생태계 교란으로 온 누리가 개판이라 여기도 개판이라 혀를 차지만 그래 조금 더 참자 봄이 온다

정종배 시 2023.02.03

눈 최강 한파 앓던 새벽 눈 눈이 온다 눈이 내려 쌓인다 어느 누구 아프다는 소문도 애석한 부고도 끊어지고 첫차가 오지 않는 폭설로 사나흘 내리 이어 날리면 진관사 약사여래 어깨가 절 절로 저절로 춤추겠다 철쭉꽃 꽃망울 잠못드는 점멸등 불빛에 내리는 함박눈은 경비원 아저씨 새벽잠 못자는 비질과 가래질과 할머니 소리 듣기는 멀고 먼 안방의 나홀로 코고는 소리에 놀라 뛰는 토끼 눈 눈발이 아파트 단지를 휘돈다

정종배 시 2023.01.26

최강 한파 아버지

최강 한파 아버지 바위는 거짓말을 모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변함없다 바위는 날씨가 찰수록 사랑한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추워 산보길 불알이 터지것다 바위와 바위들 틈새로 소리없이 새 나가던 물 한 방울도 뜨겁게 움켜쥐는 온누리가 황태 덕장이다 함평 무안 학다리 오일장 과일전 지물포 35년 국밥 한 그릇 제대로 먹지 못한 아버지가 동태가 되어서 돌아가신 20년만에 바위를 굴리어 셋째아들 가슴으로 들어선다

정종배 시 2023.01.25

눈오는 밤

눈오는 밤 눈분패 몰아치고 강치한 밤이면 충신각 뒤 소나무 숲 진주성싸움 마지막 전투대장 성재공 감 하내 말무덤 언덕의 움집에 6.25 전쟁 피난민으로 공달에 태어나서 장가 들지 못하고 온동네 허드렛일 거들어 끼니를 이어가다 이제 늙고 병들어 이집 저집 돌아가며 밥을 얻어 먹어 어른들은 못간양반 아이들이 놀래먹은 공달이는 밤새 잠을 못 이뤄 뒤척인다 뒷산의 내려 쌓인 눈으로 곰솔 가지 부러지는 소리에 문풍지가 울어대는 밤이면 할머니는 손자 셋 앞세워 움집에 쌓인 눈을 쓸어내고 새벽이면 대빗자루 가래질로 숫눈길 길을 내 거적때기 문 앞에 고봉밥과 시래기국 내려놓고 돌아오는 손주들 등 뒤에 철성산과 수박재 사이에 물드는 여명과 대나무 이파리에 소복한 눈이 내리 쏟아져 대밭의 죽로차 새순이 멱을 감고 집집이 ..

정종배 시 2023.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