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래 선물 가래 선물/ 정종배 악력을 높이려 작년 가을 중랑구청 광장에서 건강세미나 설문에 답하고 골라 잡은 호두 두 알 잘 굴리다 8월초 한 알 놓쳐 굴러 깨져 남은 한 알 짝을 잃어 쓸쓸했다 허전하여 악력기를 다시 쥐며 사용했으나 사랑의 열매와 거리가 멀다 느껴 아쉬웠다 여름방학 이른새.. 정종배 시 2018.08.25
주일미사 주일미사/정종배 아픈 엄마 뒤따라 함평읍내 성당에 다녔다 국민학교 2학년 겨울방학 첫영성체 받으러 시오리길 둘째성과 오갔다 주일미사 영성체 모시기 전 고백성사 의무였다 죄 지은 게 없는데 고백소 앞에서 무릎꿇고 어떻하지 어떻하지 이리저리 어린소견 궁리하다 삼형제 앉혀 놓.. 정종배 시 2018.08.25
우주 우주/정종배 ㅡ장미경선생님 정년에 부쳐 떠나라 뒤돌아 보지도 흔들리지도 말고 곧장 바람에 손을 놓아 비상하는 포공영 홀씨들 뵙고 가는 첫 햇살 향기로 거침없이 가거라 네가 떠난 그 자리 별똥별이 휘돌아 앉는다 언제 어디서나 지금여기 꽃자리다 2018. 8. 28 장미경(1956~ ): 대전생. 78.. 정종배 시 2018.08.25
별 별/정종배 우리는 우주로 태어나 반짝이다 우주로 돌아간다 어둠 속에 빛이 나고 누구나 어려울수록 향기롭다 한 발 더 다가서면 눈부시다 너와 나 눈부신 사랑은 밤하늘 향기로운 별빛이다 정종배 시 2018.08.25
까마중 까마중/정종배 중중 때깔 중 중중 때깔 중 비구니 탁발승 뒤따르며 시망스런 애들이 놀려대다 어른들이 네끼 이놈들 꾸짖으면 슬슬 뒤꽁무니 빼 길섶의 잘 익은 검정색 동그란 작은 열매 손가락으로 건디리면 손 안에 또르르 구르며 가을이 가까이 왔다고 알리는 까마중을 한 주먹 따면.. 정종배 시 2018.08.23
가을비 가을비/정종배 가을비 소리에 가뭄으로 목마른 골짜기가 젖는다 돌멩이도 바위도 젖는다 이름없는 폭포도 목소리를 되짚어 젖는다 네 제일 가까운 사람에게 가을비 쏟아져 고이는 웅덩이에 휘도는 모래알 알몸으로 젖어보라 가을비에 꽃잎이 젖는다 꽃잎 떠난 꽃자리에 사랑이 젖는다 .. 정종배 시 2018.08.19
싸리나무 싸리나무/정종배 땅싸리 참싸리 조록싸리 광대싸리 족제비싸리 한국의 산과 민예를 사랑하고 한국인의 마음속에 살다 여기 한국의 땅에 잠든 아사카와 다쿠미 선생이 사방공사 수목으로 식재하며 이름 부쳐 주었다 2000년 이후 내 삶의 지남차인 다쿠미 선생을 생각하며 눈 한 번 .. 정종배 시 2018.08.19
말복 저녁 노을 구름에 뜨겁게 스며들듯 열대아가 급변했다 망충망을 뚫고 부는 바람소리 한겨울 눈보라 휘도는 소리로 온몸이 시원해 똥배를 덮으려 홑이불을 애인인듯 뜨겁게 끌어안다 완도 전복 삼계탕 드신 뒤 혼밤하고 일어나 아침밥 차리는 마눌님께 고백하다 처맞아 디질뻔 했.. 정종배 시 2018.08.19
널배 널배/정종배 땅 위에 그냥 걸을 땐 위태롭다 허리 굽고 다리 휘어 키보다 큰 널배를 뻘밭에 뉘일 때까지 영락없이 극노인으로 안쓰럽다 널배에 왼무릎 올리고 오른 발을 밀때부터 변신한다 베스트 드라이버로 부드럽게 뻘밭을 누빈다 휘휘 뻘을 휘저어 꼬막과 조개를 주워내기 반.. 정종배 시 2018.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