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함부로/정종배 진관사 아미타불 아래의 바위 틈새 제비꽃 일곱 형제가 살고 있다 올 여름 최악의 폭염에 이파리가 데처져 오가는 길 불편해 페트병에 감로수를 가득 채워 물을 줬다 다음 날 파랗게 살아나 잘했구나 어깨가 으쓱했다 며칠째 물을 주니 즐거웠다 저녁 산책 바위에 .. 정종배 시 2018.08.07
입추 입추/정종배 가을이다 어정 7월 건들 8월 한양의 조산인 삼각산 능선 위에 간만에 두둥실 뜬 뭉게구름 은평한옥역사박물관 연수 실습 생전 처음 만들어 본 도마 민예품 자라면서 남다른 시련으로 나이톄가 독특한 녹나무 원목을 그리고 자르고 사포질로 앙증맞은 도마 하나 얻었.. 정종배 이야기 2018.08.07
유기견 삼총사 유기견 삼총사/정종배 늘 붙어 있으며 몸 성치 못한 한 녀석을 배려하는 유기견 삼총사 부럽고 대견하여 사람보다 낫다고 여겼다 더위에 계곡을 찾아드는 주민을 위하여 구청에서 임시 주차장을 24시간 개방했다 수방사 사격훈련 총소리 최악의 폭염에 이른새벽 공기를 가르고 몸.. 정종배 시 2018.07.26
부용화 부용화/정종배 집사람 남대리 운전하다 자정 무렵 고양이 로드킬로 잠못 이뤄 뒤척이다 새벽길을 나섰다 최악의 폭염에 수방사 사격훈련 총소리에 아침 노을 배어들어 메아리가 드높다 소나무 숲 주고 받는 비둘기 사랑노래 소리가 사내 죽고 지집 죽고 사내 죽고 지집 죽고 한여.. 정종배 시 2018.07.26
단풍잎돼지풀 단풍잎돼지풀/정종배 은평뉴타운 한옥마을 주택지 집 짓지 않은 빈 터마다 수풀이 우거졌다 귀화식물 단풍잎돼지풀 큰 키가 비봉의 진흥왕순수비 공제선 눈높이에 걸렸다 도시 주변 빈 곳만 보이면 한여름 새파랗게 뒤덮으며 돼지감자 해바라기 밀어내는 저 잡것 단풍잎돼지풀 무엇이.. 정종배 시 2018.07.26
백색소음 백색소음/정종배 전원생활 로망 중에 은평뉴타운 한옥마을 부러운 한옥들이 들어섰다 맹꽁이 개구리 울음소리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다 기록적인 폭염은 견디어도 백색소음 지긋지긋 참을 수 없다 무슨 짓을 했는지 하루살이 한 마리 날지 않고 풀벌레와 매미 소리 끊겼다 초등학생 팻.. 정종배 시 2018.07.25
문동만 시집 <구르는 잠>을 읽고 어제 오전 노회찬 최인훈 두 분의 부음에 머리가 텅 비어 집 안에서 뒹굴었다. 저녁 산책길에서 두 젊은 청춘의 호연지기와 순정한 마음과 행동을 보고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다. 문동만 시인의 [구르는 잠] 시집을 오늘 하루 천천히 곱씹으며 읽었다. 문동만 시인은 학다리중학교 동기.. 정종배 이야기 2018.07.24
부음 부음/정종배 노회찬 최인훈 두 분의 부음에 무기력하게 뒹굴다 저녁 산책길에 희망을 보았다 진관사 감로수로 바위 틈새 기록적인 폭염에 몸이 타는 제비꽃에 물을 주려 패트병을 꺼내는데 청년 둘이 삼천사 가는 길을 묻는다 지방대 행정학과 동기로 두 분의 문상과 영혼을 부처님께 빌.. 정종배 시 2018.07.23
풍접화 풍접화/정종배 햇살을 바라보고 출퇴근한다 폭염이 최강으로 익어간다 시내버스 한 정거장 지나치면 햇볕을 등지고 들고난다 햇님을 안고가면 얼굴을 찡그린다 등지고 걸으면 그 따뜻한 사랑을 되새긴다 아무리 예쁜 꽃도 가던 길 멈추고 쪼그려 앉아 바라 보고만 있을 수 없지 않는가 .. 정종배 시 2018.07.23